언어로 보는 성경보기
신약성경은 헬라어로 기록된 문서입니다. 예수님 당시에는 정치적으로는 로마가, 문화적으로는 헬라가, 종교적으로는 유다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삼중구조를 띄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세 가지 언어가 통용되고 있었는데, 히브리어, 아람어, 그리고 헬라어입니다.
첫째로, 예수님 당시 히브리어는 고대 히브리어로서 주로 문자 언어였습니다. 즉, 회당에서 주로 읽는 히브리어로 된 성경이 가장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네요. 누가복음 4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나사렛 회당에 들어가 이사야 61장을 읽으시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언어로 구약의 말씀을 낭독하셨을까요?
바로 히브리어입니다. 단, 당시 히브리어는 바벨론 포로 이후 아람어와 상당할 정도로 혼합된 것으로서 전통적인 의미에서 순수 히브리어는 종교적 색채가 강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둘째로, 아람어인데, 수리아어 혹은 갈대아어로도 알려진 이 언어는 포로기 시대 이후부터 유대인들의 일상언어로 자리잡았습니다. 아람어의 역사가 족장에게로 거슬러 올라가는 점과 히브리어와 아람어가 한때 혼용되었다고 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람어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 당시 히브리어가 종교적 언어라고 한다면, 아람어는 일상언어였습니다. “에바다”(막7:34), “아바 아버지”(막14:36),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마27:46)는 전부 아람어입니다.
셋째로, 신약성경이 기록된 헬라어입니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계22:13)와 같은 표현들이 헬라어인데, 당시 헬라어는 일종의 세계 공용어로서 주로 상업적인 것과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참고로 예수님 당시 라틴어는 헬라어처럼 대중화되어 있지는 못했습니다.
이 세 언어를 가장 잘 묘사한 곳이 바로 십자가의 패입니다. 빌라도는 사람을 시켜 “유대인의 왕”(요19:21)이라고 썼는데, 이를 히브리어, 헬라어, 그리고 로마어, 즉 라틴어로 기록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아람어가 생략된 것은 아무래도 로마식 처형방식인 십자가형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색채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약성경을 언어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사도 바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울은 히브리 사람 중에서도 바리새파였기 때문에 당연히 히브리어를 잘했을 것이고, 특별히 세계선교를 함에 있어서 헬라어에 능통했을 것입니다. 하루는 3차 선교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바울은 뜻하지 않는 박해에 시달렸습니다. 다름 아닌 헬라인을 데리고 성전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유대인들로부터 결박을 당하고 폭행을 당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챈 천부장이 바울을 끌어내려고 하자 바울이 헬라어로 “내가 당신에게 말할 수 있느냐?”(행21:37)고 말했습니다. 천부장은 바울이 헬라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에 몹시 놀랐습니다. 곧바로 바울은 자신에 대해 적대적인 유대인 회중들에게 히브리어로 말을 하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었습니다. “그들이 그가 히브리말로 말함을 듣고 더욱 조용한지라”(행22:2).
이처럼 신약시대에서는 원심적 선교(centrifugal mission)라는 관점에서 언어의 중요성이 더욱 더 부각됩니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됨에 있어 언어는 매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도 성령의 능력으로 세계 각국의 언어로 하나님의 큰 일을 말함은 지속되어야 합니다(행2:5-13).
묵상 소개
대체로 구약은 히브리어로, 신약은 헬라어로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즉, 성경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되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글로벌 시대에 성경을 언어적 관점에서 보는 것은 세계 선교를 꿈꾸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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