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으로 보는 성경보기
기본적으로 구약성경은 히브리어로, 신약성경은 헬라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문적인 이야기이지만, 다니엘의 상당한 부분(단2:4-7:28)은 아람어로 기록되었고, 그 외에 에스라 4장 8절부터 6장 18절까지, 7장 12절부터 26절까지, 그리고 예레미야 10장 11절의 원어는 히브리어가 아닌 아람어입니다.
따라서 우가리트어, 모압어, 아라비아어, 아카드어 등 고대 근동어까지는 아니더라도 히브리어와 헬라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초지식은 성경에 담긴 원어의 뜻을 좀 더 깊이 있게 헤아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기독교 서적 전문 번역가로서 원어와 번역본을 TV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원어는 8K QLED TV인 반면에 번역본은 720p HD TV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요? 보이기는 보이지만, 원어가 무엇인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화질의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번역의 명제 중의 하나가 번역은 어디까지나 번역일 뿐 원어가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무엘상 10장 10절에 “하나님의 영이 사울에게 크게 임하므로”라고 되어 있고, 사무엘상 16장 13절에는 “다윗이 여호와의 영에게 크게 감동되니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우리말 성경에는 하나님의 영이 사울에게 크게 임하는 것이나 다윗에게 크게 감동되는 것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원어성경은 명백한 차이를 두는데, 사울에 관해서는 전치사 ‘야인 라메드’를 채택하는 반면, 다윗에 관해서는 전치사 ‘알레프 라메드’를 인용하기 때문입니다. 즉, 문자적으로 번역하면 하나님의 영이 사울에게는 위에 임한 것이고, 다윗에게는 그 안에 있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성령이 다윗 안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다윗이 여호와의 영 안에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신약으로 넘어와서, 세례 요한이 밧모 섬에 있을 당시 “주의 날에 내가 성령에 감동되어”라고 했는데, 이 본문 역시 “성령 안에 있게 되었다”(I came to be in the Spirit)는 의미입니다.
꼭 히브리어와 헬라어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한 언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유버전(YouVersion) 성경 어플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다양한 언어로 읽는 것은 하나님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등 매우 신선한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같은 언어라도 여러 버전으로 같은 말씀을 묵상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지요.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입니다!
묵상 소개
“메시야는 번역하면 그리스도라”(요 1:41). 번역(translation)은 하나님이 쓰시는 가장 강력한 선교적 도구입니다. 성경을 번역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함으로써 세계선교를 꿈꾸는 이들의 열정이 다시 회복되기를 중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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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획을 마련해주신 아리엘김님께 감사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방문하십시오. https://mall.godpeople.com/?G=9788983507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