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인카운터 I보기

코로나 직전 중미에서 은혜로운 집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와중에 있었던 일이다. 약 150명의 승객이 깊은 잠에 빠진 사이에 항공기는 아무런 예고 없이 ‘쿵’ 소리가 나는 동시에 순식간에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처럼 하락했다. 바로 그날 보도된 인터넷 뉴스에는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약 300미터를 하강했다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약 15명의 승객은 안전벨트 부주의로 항공기 천장에 부딪혀 타박상을 입고 일부는 머리가 깨지거나 목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내가 (Panic on the Air) 영화의 주인공이 되다니! 손과 등에 식은 땀이 좔좔 흘렀다. 죽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인생이 참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때 당시 기내의 분위기는 공포, 죽음, 절망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렇듯 분위기는 우리를 압도한다. 어떤 분위기든, 일단 압도당하기만 하면 사람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하나님은 영적 분위기를 바꾸심으로써 우리를 특정 방향으로 강권적으로 이끌어가시기도 한다.

인류 역사상 지금까지 그 누구도 받아보 못한 종말에 관한 말씀이었다. 이 때문인지 우리 주님은 이미 90세의 고령이 되어 인생에 대해 아무런 기대가 없던 요한을 위해 밧모라고 하는 외딴 섬을 예비하셨다.

당신의 상황은 어떠한가? 하나님께서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계시다는 것을 느끼지는 않는가? 평소에 체감하지 못했던 비범한 역사가 지금 당장 일어날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주변에 형성되지는 않았는가?

바로 이때 요한은 등 뒤에서 말을 걸어오시는 분에게 질문했다. “주님? 예수님 맞죠? 오랜만에 저를 다시 찾아오신 것 맞죠?”

요한은 혼자다. 의지할 곳이 없다. 그의 사역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다른 사도들은 이미 하늘나라에 가고 없다. 체력은 이미 고갈된 상태고 모든 것이 최악이다. 복음서에 나타난 요한과 계시록에 나타난 요한 사이에는 무려 약 60여년이라는 공백이 있다. 알 것을 다 아는 요한이다. 볼 것을 다 본 요한이다. 이제 그에게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가 없다. 형제 야고보와 함께 가버나움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야심만만한 사역을 시작한 청년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다. 주님께서는 임박한 하나님의 나라를 보이시기 위해 그를 마음이 가난한 영적 분위기로 강권적으로 이끄셨다. 마침내 영적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하나님께서는 장차 일어날 일들에 대한 계시를 허락해 주셨다.

어쩌면 당신이 처한 분위기가 밧모섬과 같을 수도 있다. 요한에게는 외딴 섬이었지만, 당신에게는 숨이 막히는 현실 또는 환경일 수도 있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끌어올리시려고 잠시 꺾이도록 내버려 두신 것은 아닐까? 당신을 보다 낮은 겸손의 자리로 이끄시기 위해 일시적 고난을 허락하신 것은 아닐까? 지금의 아픔이 다 지나고 나면, 언젠가는 내 생각보다 나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있는 그곳에서 당신의 영적 와이파이(wifi)를 다시 연결하라. 그리고 어떤 영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는지를 감지하라. 지금 영적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기적이 여기 임한다. 주의 영이 여기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