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 이 대답하였다.
너희는 내 말을
건성으로 듣지 말아라.
너희가 나를 위로할 생각이면,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그것이 내게는 유일한 위로이다.
내게도 말할 기회를 좀 주어라.
조롱하려면,
내 말이 다 끝난 다음에나 해라.
내가 겨우 썩어질 육신을 두고
논쟁이나 하겠느냐?
내가 이렇게 초조해하는 데에는,
그럴 이유가 있다.
내 곤경을 좀 보아라.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가 막혀
손으로 입을 막고 말 것이다.
내게 일어난 일은
기억에 떠올리기만 해도 떨리고,
몸에 소름이 끼친다.
어찌하여 악한 자들이 잘 사느냐?
어찌하여
그들이 늙도록 오래 살면서
번영을 누리느냐?
어찌하여 악한 자들이
자식을 낳고, 자손을 보며,
그 자손이 성장하는 것까지
본다는 말이냐?
그들의 가정에는
아무런 재난도 없고,
늘 평화가 깃들며,
하나님마저도
채찍으로 치시지 않는다.
그들의 수소는
틀림없이 새끼를 배게 하며,
암소는 새끼를 밸 때마다
잘도 낳는다.
어린 자식들은,
바깥에다가 풀어 놓으면,
양 떼처럼 뛰논다.
소구와 거문고에 맞춰서
목청을 돋우며,
피리 소리에 어울려서
흥겨워하는구나.
그들은 그렇게
일생을 행복하게 살다가,
죽을 때에는 아무런 고통도 없이
조용하게 스올 로 내려간다.
그런데도 악한 자들은,
자기들을 그냥 좀 내버려 두라고
하나님께 불평을 한다.
이렇게 살면 되지,
하나님의 뜻을 알 필요가
무엇이냐고 한다.
전능하신 분이 누구이기에
그를 섬기며,
그에게 기도한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성공이
자기들 힘으로 이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들의 생각을 용납할 수 없다.
악한 자들의 등불이
꺼진 일이 있느냐?
과연 그들에게 재앙이
닥친 일이 있느냐?
하나님이 진노하시어,
그들을 고통에 빠지게
하신 적이 있느냐?
그들이
바람에 날리는 검불과 같이
된 적이 있느냐?
폭풍에 날리는 겨와 같이
된 적이 있느냐?
너희는
“하나님이 아버지의 죄를
그 자식들에게 갚으신다”
하고 말하지만,
그런 말 말아라!
죄 지은 그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가 제 죄를 깨닫는다.
죄인은 제 스스로 망하는 꼴을
제 눈으로 보아야 하며,
전능하신 분께서 내리시는
진노의 잔을
받아 마셔야 한다.
무너진 삶을 다 살고
죽을 때가 된 사람이라면,
제 집에 관해서
무슨 관심이 더 있겠느냐?
하나님은
높은 곳에 있는 자들까지
심판하는 분이신데,
그에게 사람이 감히
지식을 가르칠 수 있겠느냐?
어떤 사람은
죽을 때까지도 기력이 정정하다.
죽을 때에도 행복하게,
편안하게 죽는다.
평소에 그의 몸은
어느 한 곳도
영양이 부족하지 않으며,
뼈마디마다 생기가 넘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행복 하고는 거리가 멀다.
고통스럽게 살다가,
고통스럽게 죽는다.
그러나 그들 두 사람은 다 함께
티끌 속에 눕고 말며,
하나같이 구더기로
덮이는 신세가 된다.
너희의 생각을
내가 다 잘 알고 있다.
너희의 속셈은
나를 해하려는 것이다.
너희의 말이
“세도 부리던 자의 집이
어디에 있으며,
악한 자가 살던 집이
어디에 있느냐?” 한다.
너희는 세상을 많이 돌아다닌
견문 넓은 사람들과
말을 해 본 일이 없느냐?
너희는 그 여행자들이 하는 말을
알지 못하느냐?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아라.
하나님이 진노하셔서
재앙을 내리셔도,
항상 살아 남는 사람은
악한 자라고 한다.
그 악한 자를 꾸짖는 사람도 없고,
그가 저지른 대로
징벌하는 이도 없다고 한다.
그가 죽어 무덤으로 갈 때에는,
그 화려하게 가꾼
무덤으로 갈 때에는,
수도 없는 조객들이
장례 행렬을 따르고,
골짜기 흙마저 그의 시신을
부드럽게 덮어 준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너희는
빈말로만 나를 위로하려 하느냐?
너희가 하는 말은
온통 거짓말뿐이다.